늦은 시간에 그의 침실을 방문한 한 사람이 있었다.

 프란츠의 눈에서부터 흘러나온 붉은 기운.

그 기운이 팔을 타고 내려가더니 손에서 머물렀다.

 

“간다!”

 

다시 돌진하는 프란츠의 손에는 부러진 검이 들려있었다.

하지만 그 끝에 맺혀있는 진홍색의 오러가 새로운 날을 만들어냈다.

 

기존의 검보다는 짧아졌지만 확실한 검의 형태.

 

그 때까지 무심하던 황제의 표정이 급변했다.

여럿의 귀족이 자리에서 동시에서 일어났다.

 

하늘을 바라보며 탄식하던 카엔은 경악어린 수군거림에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그리고 발견했다.

프란츠의 손에서 시뻘겋게 피어오르는 기운을.

 

순간 말할 수 없는 벅참이 카엔을 덮쳤다.

 

‘해냈군요, 프란츠.’

 

그것도 그가 기대한 것보다 훨씬 훌륭한 성과로 해냈다.

 

루이넬 역시 선 자리 그대로 굳었다.

 

‘오러 2성···!’

 

프란츠의 손에 머무른 기운.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모를 정도로 그는 멍청하지 않았다.

 

프란츠는 부러진 검을 고쳐 잡았다.

전보다 훨씬 예민해진 감각이 느껴졌다.

 

‘촉각의 초감각···’

 

방금 개화한 제 2의 초감각이었다.

 

피부로 느껴지는 모든 것이 더 선명해졌다.

 

‘마치 검 자체가 손과 연결되어 있는 듯한···’

 

매날개 베기.

그 기술이 이전보다 훨씬 더 빠르고 간결하게 나갔다.

 

멍하니 서있던 루이넬은 그 공격을 간신히 쳐냈다.

하지만 몸은 뒤로 멀찍이 튕겨져 나갔다.

 

“커억-!”

 

그 단 한 번의 공격에 전세는 동률.

어느새 루이넬의 입가에서도 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프란츠는 그런 상대의 사정을 봐주지 않겠다는 듯 검을 몰아쳤다.

진홍색의 오러가 한 번 휘둘러질 때마다 시퍼런 오러의 색이 점점 약해졌다.

 

그 격렬한 공방에 경기장의 모두가 소리 하나 내지 못하고 숨을 죽였다.

 

“받아라!”

 

이제 말을 하는 것은 루이넬이 아니라 프란츠 쪽이었다.

 

루이넬은 이를 악 물었다.

 

‘이렇게 된 이상···’

 

이제 오히려 급해진 것은 루이넬 쪽이었다.

2성의 경지에 달한 오러를 여러 번 받아낼 수 있을 리 없었다.

 

결국 루이넬은 마지막 한 수를 꺼내들었다.

다소 충동적인 한 수였다.

 

‘단 한 번.’

 

그 한번의 기회를 노리며 루이넬은 마지막으로 그의 모든 힘을 끌어 모았다.

 

만약 프란츠가 이 공격을 단순히 피하면 그만 손해였다.

 

하지만 루이넬은 확신했다.

프란츠는 분명히 똑바로 마주해올 것이라고.

 

“마지막 공격이다, 피하지 마라!”

 

그런 루이넬의 말에 프란츠가 다시 달려오기 시작했다.

 

곧 거대한 용의 형상을 한 푸른 오러와 날렵한 매의 형상을 한 붉은 오러가 격돌했다.

 

퍼어엉-

 

관중석 근처까지 돌풍이 불 정도로 꽤 큰 충격이었다.

경기장 위로 셀 수 없이 많은 흙먼지가 떠올라 있었다.

 

그 안에서 또 수차례의 짧은 경합이 있었다.

그리고 곧 흙먼지들이 땅바닥 위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푸스스-

 

이윽고 드러난 결과에 사람들이 정적에 빠졌다.

 

갑옷의 어깨부분이 파인 루이넬 오캄푸스.

그가 땅바닥 위에 그 몸을 뉘고 있었다.

 

그 옆에 선 프란츠 바실리는 눈을 감고 있었다.

그리고 그 눈을 번쩍 뜬 순간, 자신의 검을 하늘을 향해 치켜 올렸다.

여전히 붉게 타오르는 오러가 거기 있었다.

 

루이넬은 공허한 표정으로 그 모습을 바라봤다.

 

“와아아!”

 

곧 엄청난 함성이 경기장을 뒤덮었다.

 

흥분한 사회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러분, 토너먼트의 우승자가 결정됐습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프란츠 바실리. 잿빛늑대 바실리의 차기 후계자이자 나이트 카엔의 추천을 받은, 제국 역사상 최초로 15살의 나이에 오러 2성의 경지에 오른 소년입니다!”

 

경기장 하늘 위로 꽃가루가 흩날렸다.

우렁찬 나팔소리를 들으며 프란츠는 몸을 살짝 떨었다.

 

‘해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던 결승전의 승자가 정해졌다.

 

그 승자는 프란츠 바실리.

제국 역사상 최연소의 나이로 오러 2성의 경지에 오른 소년이었다.

 

 

***

 

 

그 시각.

제국의 북부 끝에 위치한 쿠엔툴.

 

휘이잉-

 

성벽 위로 차가운 바람이 불고 있었다.

호호거리며 손을 녹이던 한 병사가 입을 열었다.

 

“어이, 존. 그 이야기 들었나?”

 

“무슨 이야기?”

 

“우리 바실리의 차기 후계자 도련님께서 토너먼트의 결승에 올랐다더군.”

 

그 말에 존이 코웃음을 쳤다.

 

“에이, 설마.”

 

“진짜라고! 심지어 결승 상대는 그 오캄푸스 가문의 루이넬 오캄푸스야.”

 

루이넬 오캄푸스의 뛰어난 재능에 대한 이야기는 이 먼 곳 북부까지 퍼져 있었다.

 

“그것 참 안 됐군.”

 

존은 씁쓸하게 내뱉었다.

 

북부를 지키는 수호가문 바실리.

대대로 세기의 검사가 나온다는 그 위명이 사라진지도 오래였다.

 

북부인으로서 바실리라는 이름에 자부심을 가지던 것 역시 오래 전의 이야기였다.

 

문득 성벽 밖 먼 곳에서 먼지바람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저건 뭐야?”

 

“몰라. 물소 떼라도 이동하나.”

 

그 돌풍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뭐야, 물소 아닌 거 아냐?”

 

대수롭지 않게 그런 말을 꺼낸 존은 옆을 돌아봤다.

 

쉐에엑-

 

“핀!”

 

방금까지 대화를 나누던 동료병사의 몸이 성벽 아래로 떨어지고 있었다.

떨어지는 머리에 박혀있는 그것은 분명히 화살이었다.

 

몸을 잔뜩 굳힌 존이 천천히 고개를 앞으로 향했다.

 

두두두-

 

말발굽 소리가 다가오고 있었다.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한 먼지 사이로 그 실체를 확인한 존이 눈을 부릅떴다.

말을 탄 유목민들이 눈 앞 고원을 새까맣게 메우고 있었다.

 

“저, 적군이다···!”

 

그 마지막 외침을 비명으로 존의 몸이 성벽 밖으로 떨어졌다.

 

막 활시위에서 손을 뗀 근육질의 거한이 헛웃음을 터뜨렸다.

 

“쿠엔툴은 제국이 가진 천혜의 요새라 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옛 말이로군. 어쩌면 생각보다 훨씬 쉬울지도 모르겠어.”

 

그 뒤에 있던 검은 로브를 쓴 사내가 대답했다.

 

“그 분께서 우리 베후이안과 함께할 겁니다.”

 

그 날.

쿠엔툴이 함락됐다.

 

수년간 평화를 깨는 전쟁의 시작이었다.

 

 

***

 

 

경기장 내의 흥분이 점차 가라앉을 즈음.

시종장이 다가와 말했다.

 

“토너먼트의 우승자, 프란츠 바실리는 단상에 오르시오.”

 

그 말에 프란츠는 흰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가 입고 있는 순흑의 갑옷과 흰색의 계단이 대비되어 사람들에게 더욱 강렬한 이미지를 주었다.

 

사람들은 방금까지 그들이 본 광경이 착각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떠올렸지만.

그 모든 것을 묵살하는 물건이 프란츠의 오른손에 들려 있었다.

 

부러져 반쪽만 존재하는 검이었다.

 

황제 앞에서는 그 어떤 무기의 착용도 허가되지 않았기에 프란츠는 그 부러진 검을 시종에게로 내밀었다.

 

그것을 받아드는 시종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정말 부러진 검이 거기 있었다.

 

황제의 눈길이 시종이 받아든 검으로 향했다.

그것도 잠시.

 

곧 서늘하게 빛나는 은안이 권좌 아래를 향했다.

 

거기에 프란츠 바실리가 한 쪽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잿빛늑대의 바실리, 그 가문의 적자 프란츠 바실리가 제국의 영명히 빛나는 태양, 카헤덴 실버나이트 폐하를 뵙습니다.”

 

황제가 입술이 열렸다.

 

“젊은 나이에 이룬 성취가 기특하구나. 토너먼트의 우승자에게는 보상이 주어져야 마땅한 법. 소망하는 바를 말하라.”

 

그 말에 모두의 시선이 프란츠의 입술을 향했다.

 

지위, 신분, 돈.

상식이 넘지 않는 선에서라면 그 무엇이라도 괜찮을 것이었다.

 

하지만 프란츠의 입에서 나온 말은 모두의 예상 밖이었다.

 

“제가 원하는 것은 단 하나, 황제 폐하와의 독대입니다.”

 

“독대라···?”

 

순간 황제의 표정이 흥미로 물들었다.

프란츠는 황제의 그 흥미에 결정타를 넣었다.

 

“제 어머니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 말에 두 눈을 빛낸 황제 카헤덴.

 

그는 잠시 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다.”

 

주위가 술렁거렸다.

 

“폐하, 아무리 그래도 독대는···”

 

황제와의 독대는 일국의 공작이라도 흔치 않은 기회였다.

 

심지어 그 상대는 오러 2성의 경지에 오른 자.

수호가문인 바실리의 차기 후계자를 의심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조심해 나쁠 것은 없었다.

 

하지만 황제는 엄격한 표정으로 자신의 손을 들어올렸다.

 

“조용. 지금 감히 바실리의 이름을 의심하는 것이냐. 그리고 눈앞의 소년은 내 딸의 피를 이은 나의 핏줄이기도 하다. 안 그렇느냐, 아일린?”

 

그리고 황제의 시선이 끝나는 곳.

거기서 금발의 머리를 틀어 올린 한 여자가 답했다.

 

“그러하옵니다, 폐하.”

 

그제야 사람들은 바실리 공작부인이 한 때 제국의 7황녀였다는 사실을 기억해냈다.

 

황제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짐의 핏줄이 이루어낸 성과에 진정 기쁘도다. 오늘 하루, 수도 전역에 넘치는 술과 고기를 베풀 것이다. 모두가 이 날을 기억하도록 하라.”

 

그에 사람들이 고개를 숙였다.

 

“황명을 받듭니다.”

 

황제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프란츠 바실리는 듣거라. 네 비록 독대로 보상을 대신하기를 요구했으나 짐의 아량은 관대하다. 하여 선언하니, 프란츠 바실리에게 수도 에라체스를 수호하는 명예기사의 직위를 내린다.”

 

명예기사.

처음 듣는 직위명이었다.

 

하지만 곧 황제의 검이 프란츠의 머리와 어깨에 내려앉기 시작했다.

한 쪽 무릎을 꿇고 있는 프란츠의 자세는 마침 딱 기사 서임식을 하기에 좋은 자세였다.

 

“약자들을 존중하고 보호할지어다. 명예를 알고 살아갈지어다. 레이디와 동료기사의 명예를 존중하고, 용맹과 신앙으로 이 곳 에라체스를 지킬지어다. 받들겠는가?”

 

황제의 말 속에서는 주군이라는 단어가 에라체스로 바뀌어 있었다.

 

그제야 사람들은 그 의도를 눈치 챘다.

황제는 제국 역사상 최연소 오러 2성의 검사를 자연스럽게 수도와 긴밀한 관계로 묶은 것이다.

 

프란츠가 고개를 숙였다.

 

“받들겠습니다.”

 

흰 단상 위에 선 순흑의 갑옷을 입은 소년.

그가 고개를 숙인 채 황제에게 기사 서임을 받는 장면은 마치 한 폭의 그림과도 같았다.

 

그 광경을 보며 사람들이 하나의 호칭을 떠올렸다.

 

‘에라체스의 흑기사.’

 

그리고 토너먼트가 끝났다.

 

 

 

***

 

 

그 날 밤.

프란츠는 자신의 침실에서 손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루이넬과의 대결에서의 그 감각이 아직도 남아있었다.

 

‘마치 검과 하나가 되는 감각.’

 

그 감각이 아직도 손에 선명했다.

문득 손을 둘렀던 기운의 색이 생각났다.

 

분명 평소의 푸른빛이 아닌 진홍색의 기운이었다.

 

오러의 경지가 오르면 오러의 색이 바뀐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설마···’

 

늑대의 두 적안이 떠올랐다.

그래서 잠시 늑대가 자신을 도운 것이 아닌가 의심해본 프란츠였지만.

 

곧 고개를 흔들었다.

 

부러지지 않는 검을 든 한 남자의 모습.

그 당당한 뒷모습이 프란츠의 머릿속 깊숙히 각인되어 있었다.

 

손에 의식을 집중하자 다시 예의 진홍빛의 기운이 피어올랐다.

그는 자신의 깨달음으로 루이넬을 꺾었다.

 

그것도 잠시.

늦은 시간에 그의 침실을 방문한 한 사람이 있었다.

 

“바실리 공작부인께서 드십니다.”

 

프란츠는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아한 푸른 드레스를 차려입은 금발의 여자가 곧 방안으로 들어왔다.

 

“폐하와 독대를 요청하다니, 도대체 무슨 생각인 것이냐?”

 

대뜸 그렇게 물어오는 그녀를 보며 프란츠는 잠시 숨을 골랐다.

 

그리고 오랫동안 생각했던 한 결론을 꺼냈다.

 

“···전쟁터로 가겠습니다.”

 

그 뜬금없는 말에 아일린은 놀랐다.

 

“전쟁이라니···”

 

하지만 프란츠의 표정은 진지했다.

 

“예. 곧 전쟁이 일어날 겁니다.”

 

아일린은 프란츠를 처음 만날 당시의 어이없음이 다시 되살아나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첫 만남부터 아무도 모르던 카엔 블라슈의 존재를 알고 있던 프란츠였다.

그런 프란츠가 전쟁을 말하니 왠지 정말 그럴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프란츠는 말이 없어진 아일린을 보며 말했다.

 

“쉬운 결정은 아니었습니다. 오랜 고민 끝에 내린 결정입니다.”

 

그래.

오래된 결정이었다.

 

락투실에서 케룬이라는 약초를 접한 그 순간.

그는 곧 전쟁이 다가온다는 사실을 기억해냈다.

 

그리고 결심했다.

토너먼트에서 우승하고 나면 전쟁터로 향하기로.

 

그제야 조금 생각을 정리한 아일린이 입을 열었다.

 

“네 말대로 전쟁이 일어난다고 치자꾸나. 하지만 전쟁터에서는 눈 먼 화살에 죽을 수도, 적군의 계략에 빠져 죽을 수도 있는 법이다. 그것은 너와의 거래를 한 내게도, 네 주위 사람들에게도 너무 무책임하지 않느냐?”

 

그 말에 프란츠가 대답했다.

 

“하지만 공작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힘을 키우는 방법. 제게는 그 길이 이것뿐입니다. 눈 먼 화살에 죽을 수 있다고 하셨습니까? 그런 것들을 두려워했다면 저는 애초에 포기한지 오래였겠지요. 공작은 이제 제가 단순한 평민고아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렇다면 그가 과연 어떻게 나오겠습니까?”

 

아일린은 말이 없었다.

 

프란츠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약속드립니다. 황명을 등에 업고 전쟁터로 나아가겠습니다. 그리고 반드시 살아남겠습니다. 그렇게 제가 전쟁터에서 돌아온 이후에는··· 정말 많은 것들이 달라질 겁니다.”

 

그 말을 하는 두 눈동자.

거기에 서린 각오에 아일린은 전율을 느꼈다.

 

다음 순간.

그녀를 향해 놀라운 말이 하나 들려왔다.

 

“그리고 전쟁은 북부에서 일어납니다.”

 

“북부라니···”

 

“북부 국경선 너머의 유목민족. 오랜 반목을 거친 그들이 연합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을 맞이할 의무를 가진 것은 바실리. 바로 북부의 수호가문으로 불리는 저희입니다.”

 

즉, 한 가지 사실이 분명해졌다.

북부에 적이 쳐들어온 순간 이미 바실리의 출정은 결정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말을 흐리는 아일린에게 프란츠가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저는 공작의 통제 아래 숨어있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혹여나 최연소로 오러 2성에 오른 저를 선전에만 이용하는 것 또한 두고 보지 않을 것입니다. 다가오는 전쟁에 숨어있기만 하면 지금 저를 향하는 환호는 모두 안 좋은 쪽으로 돌아설 터. 그러니 오히려 제가 먼저 이 기회를 이용하겠습니다.”

 

때로 사람들의 관심은 양날의 검과도 같았다.

 

제국 역사상 최연소의 나이로 2성에 오른 프란츠.

 

수호가문 바실리의 차기 후계자인 그가 다가오는 전쟁에 참전하지 않고 가만히만 있는다면.

그렇다면 사람들의 반응이 점차 어떻게 바뀔지는 불 보듯 뻔했다.

 

바실리 가문을 창시한 시조, 쟈이힌 바실리는 15살의 나이에 첫 전장으로 향했다.

지금의 프란츠와 같은 나이였다.

 

‘그러니 이것은 엄청난 위험을 감수하는 도전.’

 

성공해낸다면 크나큰 보상이, 실패한다면 전장에서의 죽음이 기다리는 일생일대의 도전이었다.

 

하지만 회귀한 이후로 프란츠의 삶은 언제나 그랬다.

항상 모든 것이 도전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프란츠의 안에서는 차츰 자신감이 생기고 있었다.

물론 근거없는 자신감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미 어느 정도 근거가 있던 자신감의 실패를 맛봤다.

바로 루이넬과의 대결에서.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의지.’

 

그 사실을 프란츠는 깨달았다.

 

잠시 후.

아일린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너를 믿으마.”

 

그리고 그녀는 프란츠의 옆으로 다가왔다.

 

잠시 허공을 배회하던 그녀의 손.

그러나 그 손이 곧 프란츠의 머리 위로 내려앉았다.

 

프란츠는 그 따뜻한 온도에 흠칫 놀랐다.

하지만 살살 쓰다듬어지는 머리의 감촉을 느끼며.

 

왠지 울컥하고 말았다.

 

“오늘 정말 수고했다.”

 

그 온기에 프란츠는 그녀의 옷깃을 붙잡았다.

눈에 굳은 각오가 새겨지기 시작했다.

 

“반드시 살아 돌아오겠습니다. 그리고 약속대로 부인의 아들을 찾는 데 제 힘을 보탤 것입니다.”

 

아일린은 잠자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이 성년식 이틀 전의 일이었다.

 

 

***

 

 

다음 날.

프란츠는 눈을 떴다.

 

미리 대기하고 있던 시종이 그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폐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 말을 들으며 그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황제와의 독대를 위해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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